찰박소리를 내는 눈이녹은 자리엔 더러워 보이는 흙이 이리저리 흩어져 구두를 더럽힌다. 손이 빨개질 정도로 추운 날씨에 눈은 아직도 내리면서 거리를 더 차갑게 만들고있다.
밖을 나서기 전부터 단단히 마음을 굳히고 나왔더니만 역시나인지 가게의 유리창을 비춰보니 크리스마스의 빨간 코 순록이 있는 듯해 두르고 온 목도리에 얼굴을 숙였다.
"어서오세요"
도착지인 서점에 들어가 따뜻한 기운을 맞이했다. 책을 찾기위해 한번 스윽 둘러보다가 코너마다 써져있는 장르를 보고선 [소설]로 적힌 곳에 갔다. 여러장르와 다양한 겉 표지. 크고 작은 책들 중 익숙해보이는 녹색의 끈을 당기자 그토록 찾았던 낡은 책을 입수했다.
계산을 하기위해 계산대로 다가가 책을 점원에게로 넘기고 책값을 지불한 뒤 자신이 가져온 가방에 집어넣었다.
나가고 보니 눈이 내리고있어서 가방에 넣어두었던 연한 녹색을 띈 접이식 우산을 꺼내었다.
전화왔어요~
라는 귀여운 목소리의 벨소리가 들려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을 꺼내어 통화버튼을 클릭했다.
"여보세요."
[ 오늘 저녁 순두부 된장국 어때? ]
익숙한 목소리에 휴대폰 화면을 잠깐 보다가 다시 귀에 대고선 너였구나 라는 말을 했다.
[ 뭐야, 이름도 안 보고 받은거야? 요즘 보이스피싱이 얼마나 위험한데. ]
"알았어, 조심할게. 재료는 있어?"
휴대폰을 한쪽 어께에 걸쳐 머리를 어께에 받치고선 피려다 만 우산을 펼치면서 그의 말을 기다렸다.
[대파.]
"다른거 필요한건?"
핸드폰을 다른 손으로 들으며 근처 마트로 들어가기위해 걸음을 옮겼다. 집에 계란이 남았었나.
[화장지랑 베개 커버필요해.]
"큰 마트가 아니라서 베개 커버가 있을진 모르겠네 계란은?"
[계란은 괜찮아. 거기 푸른 색 간판에 동그란 문있는데 아냐?]
푸른 색 간판에.. 동그란 문. 아는 곳인가 보네, 코너를 돌아보니 바로 나오는 마트를 보고 그렇다고 했다.
"맞아."
[그럼 있을꺼야. 화장지는.. 내가 거기로 갈까?]
"아니 괜찮.. 긴 한데 데이트도 할겸 나와."
어쩐지 일도 마무리 된 것 같고.
[알겠어. 금방갈께 가게 안에서 기다려.]
응. 통화를 끊고 시린 손을 주머니에 푹 눌러 넣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코가 얼어 붙은 것 같아..
입김을 후 불고선 그세 눈이 쌓인 우산을 털어 우산꽂이에 찔러넣었다. 자동문을 열고 들어서자 서점만큼 따뜻한 공기에 답답했던 목도리를 몇번 감아 가방에 넣었다.
생각처럼 그리 넓지도 작지도 않은 마트라 바구니를 할지 카트를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짐이 무거워 질 것 같아 카트를 잡아 끌었다.
우선 유제품 코너로 가는게 좋겠다. 딱 봐도 차가워 보이는 냉기가 보여져 그쪽으로 가니 바로 우유, 치즈, 요거트 같은 유제품이 보였다 조금 옆으로 가보니 보이는 반찬거리를 할 수있는 재료에 조금 훑어보자 곧바로 두부를 찾을 수 있었다.
종류가 좀 많은 것 같기도하고..
2명만 먹을 테니까 조금더 비싸도 작은걸로 사는게 좋을 것 같네. 순두부니까 짜서 쓰는게 좋겠지?
그렇게 하나 담고 국에 넣을 채소를 카트에 집어넣으니 저기 입구에서 날 찾고있는 그를 볼 수있었다.
잠깐 제자리에 기다리고 있으니 바로 찾고선 나를 향해 뚜벅뚜벅 빠른 걸음으로 걸어온다. 재료는 다 샀어? 라며 자연스럽게 카트를 제 쪽으로 가져갔다.
"국 재료는 다 샀어. 아, 동그랑땡도 먹자."
"응. 그리고 과자도!"
"집에 있는거 다 먹었어?"
"네 몫은 남겨놨어."
"그럼 내꺼 먹어, 나 잘 먹지도 않는데 뭘."
"음.. 같이 먹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냉큼 햄을 집어들었다. 동그랑땡은 잘 먹으니까라고 생각하고선 2개를 카트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생활용품이라 써져있는 코너를 가보니 필기도구에서 부터 오븐 틀까지 구성이 많아보여 꽤 좋은 곳이 구나.. 라고 말을 꺼냈다.
"여기 처음이였지? 꽤 쓸만한 물건이 많아. 처음보는 것도 있고."
"응. 그런 것 같다."
느린걸음으로 물건을 구경하자니 어느세 베개 커버가 여러개 보였다. 체크무늬, 땡땡이, 요즘 유행하는 캐릭터까지. 애용해야겠어.
나와 그가 많은 종류에 몇 분가량 서 있으니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저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포근해 보이는 느낌의 브라운 색에 토끼풀 같은 꽃으로 패턴이 놓여져있는 커버였다. 칙칙하지도 않고, 튼튼해 보이는 재질 같아 보여 저것을 하기로 결정했다.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않고 말하니 손사래를 치고선 가버리셨다. 좋은 분 같다고 말하니 응. 하고 말하곤 커버를 카트로 옮겼다.
"화장지도 필요하다고 했지?"
"응, 계산대에 올리고있어 금방 갔다올께."
네ㅡ 하고 대답을 하고는 카트에 있는 짐을 계산대에 올리니 빠른 소리로 계산을 하는 점원에 카트를 도로 집어넣고는 때 맞게 화장지를 계산대에 올리는 그를 한번보고 가격을 보았다.
30,880원
100원 있어? 어, 응. 주머니를 뒤적거리니 나오는 백원을 가져가고 지갑에서 3만원을 합쳐서 점원에게 내밀었다.
"포이트 번호 있으세요?"
"0527이요."
굵직 ㅡ 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는 것 때문에 뜬끔없이 또 반해버렸다면. 이것말고 더 웃기는 일이 있을까. 지갑에 거스름돈과 영수지를 집어넣고는 부스럭거리는 봉투를 잡자 나 보다 2배는 더 큰 손이 먼저 집어들었다. 화장지라도 들어야지 라는 마음에 손잡이를 잡자 곧바로 그것또한 빼앗아가는 그를 불퉁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응? 왜? 라는 표정으로 싱긋이 웃어보이자 난 봉지는 같이 들자고 말했다.
"짐꾼이 있는데 뭣하러?"
"넌 내 애인이지 짐꾼이아닌걸."
얼른. 손을 뻗고선 같이들자며 보채자 이상한 표정(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으로 봉지 손잡이의 한 쪽을 나에게 건냈다.
밖으로 나가기 전 가방에 들어있는 목도리를 다시 두르고 그도 둘러주니 좋다고 실실웃어보이는게 조금 귀여웠다. 밖은 다행이도 눈은 오고있지 않아서 손이 모자랄 일은 없었다.
횡단보도를 지나고 길게 이어진 산책로를 잠깐 걷다가 한 코너를 꺾자 총3층으로 되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오르고나면 바로 보이는 문에 초록색의 개구리 캐릭터 얼굴을 한 열쇠고리를 빼내어 열쇠를 넣어 문을 열었다.
옅은 주황빛의 센서 불이 켜지고 신발을 벗어 거실 불을 키자 집에 왔다는 생각에 곧장 거실의 소파에 추욱 늘어지는걸 그가 다가와 목도리와 겉옷을 벗겨주며 머리를 정리 해 주었다.
"머리가 언 것 같아."
"밖이 워낙 추웠으니까."
"코 빨갛게 된 것 봐"
ㅋ이라는 글씨가 보이듯 웃는게 자기도 코 빨갛게 변했으면서 거울이나 보라고 했다. 그에게 코트를 넘겨 받고선 옷걸이에 걸어 축축해진 옷을 잠시 널어두었다. 목도리는 좋게 개어 옷장 안에 집어 넣고 그의 것도 같이 넣어두었다.
그는 들고있던 봉지와 휴지를 놓고선 냉장고를 열어 지금 할 반찬거리는 그대로 두고 사온 채소들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그걸 흐뭇하게 보는 나를 발견하곤 옷 정리 다 했으면 사온 책이라도 보라며 거실로 보내었다.